이모가 영덕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 운전을 해주기로 했고
여차저차하여 할머니까지 모시고 가는 출장 겸 가족여행이 되었다.
다녀와 생각해보니 이렇게 삼대모녀의 여행은 처음이었더라.
네비를 찍어보니 약 300키로, 3시간반 정도 소요되었다.
할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10시쯤 출발.
나는 길치이므로 그저 네비따라
수원 ~ 중부내륙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경로를 따랐다.
평일이라 하나도 안 막힐 줄 알았는데
중부내륙 곳곳에서 2차선 중 차로 하나를 막고
공사하는 구간이 꽤 있어 예상보다 막혔다.
한 두군데면 이해하겠는데 여기도 공사, 저기도 공사, 또 공사.
아, 뭐 연말, 예산 소진 뭐 그런 거 때문임?
여튼 여자 셋의 장거리 이동이다 보니
화장실 때문에 거의 모든 휴게소를 들렀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문경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문경휴게소 하행
요 발효산나물밥이 문경휴게소 시그니처인 듯.
나는 기본 된장찌개를 먹었다.
중부내륙을 빠져나오니 새로 뚫린 길인지
영덕당진고속도로는 아주 한산했다.
다만 터널이 진짜 길고 많았다.
졸면 안됨. 큰일남!!
영덕에 도착했다.
중부내륙에서 지체된 덕분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영덕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모 업무를 먼저 처리하다가
5시쯤에야 예약해 둔 콘도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동안 365km를 달렸다.
이모가 미팅하면서 로컬분들께 여쭤 대게집을 추천받았다.
강구항 대게거리의 '죽도산'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대게거리도 한산하고, 식당엔 우리만 있었다.
이곳 로컬 쏘주가 참소주인가보다.
박달대게 2마리를 골랐다.
석화, 샐러드, 과메기, 죽
대게가 쪄 지는 동안 여러 음식이 코스로 나왔다.
타코야끼, 감자고로케, 관자구이
문어, 전복회, 광어?, 새우, 멍게
드디어 완장 찬 박달대게가 손질되어 등장했다.
튀김
느끼함을 달래줄 슴슴한 대게탕
완전 애정하는 게딱지밥
우리 셋 다 입이 짧은 여자들이라 박달대게 2마리는 무리였다.
아까워서 대게는 꾸역꾸역 안 남겼지만.
게딱지밥도, 라면도 많이 남았다.
아까워라...ㅠㅠ
식사를 마치고 콘도로 돌아왔다.
로비에 계신 사장님께서 방에서 일출 꼭 보시라며 팁을 주셨다.
말씀 안해주셨으면 세상 모르게 잤을 듯.
알람 맞춰놓고 6시40분쯤 눈을 떴다.
하늘 그라데이션과 구름 실루엣이 환상적.
한 20분 기다렸는데 해는 언제 뜨는 걸까
7시가 넘었고 하늘이 이미 밝았다.
구름 때문에 못보나보다 포기했을 즈음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와, 너무 예쁘고, 너무 눈부셔.
해 다 떴다.
커피 끓여 한 잔씩 마시고
씻고 짐싸고 정돈을 마치고
콘도를 나섰다.
우린 물 끓이려고 인덕션만 사용 했지만
밥솥, 포트, 씽크대, 주방용품들이 갖춰져있었다.
아참, 와인따개는 없더라.
4인까지 투숙가능한 기본룸이었다.
셋이 트윈룸 하나 잡아서
침대 하나는 할머니 혼자, 하나는 나랑 이모가 같이 잤는데
둘이 자기에는 상당히 괴로운 사이즈였다.
엄청 사랑하는 사이면 가능할 듯. ㅋㅋ
이 방은 어른 두 명, 혹은 어른2+아이1 이 딱 적당할 듯.
일출 전망이 이렇게 훌륭하니 문득 12월 31일 룸 가격이 궁금해졌다.
바로 호텔스닷컴에 검색해보니 무려 50만원. ㄷㄷㄷ
나는 새해 아닌 비수기에 다시 오련다.
경치보며 조용히 쉬다 가기 너무 좋은 곳이었다.
강구항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리다보면
반대편에 있는 힐링턴콘도를 지나친 후 유턴해 되돌아오는데
그 길에 있던 바다전망의 한옥스러운 이디야커피도 너무 좋아보이더라.
이번엔 시간이 없어 못 갔지만 또 오게 된다면 가보고 싶다.
1박이 너무 짧다.
아쉽지만 퇴실
우린 5층, 502호였다.
주차장도 넓어 좋다.
로비층에 파스쿠치와 편의점도 있고.
엘레베이터 타기 전 마지막으로 바다 한번 더.
떠나기 아쉽다.
아침을 먹기 위해 강구항 맞은편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보리수 수산식당
영덕 아침식당을 찾아보다가 갈치찌개가 먹고 싶어 찾았다.
반찬이 너무 잘 나온다.
비싸면 비싼대로 저렴하면 저렴한대로 상당히 까탈스러우신
우리 할머니, 이모 두 분도 매우 만족 ㅎㅎㅎㅎ
갈치찌개 2인과
대게라면
(사진보니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온다.)
매우 만족한 아침식사.
다시 한번 강구항 대게거리를 찾았다.
이번엔 풍물어시장으로.
미리 찾아봐 둔 대게백화점 2호점
할머니가 우리만 대게 먹고 가서 미안했는지
손주사위 주신다고 박달대게 사러 왔다.
사장님께서 펄떡펄떡 싱싱한 박달대게를 골라주셨다.
쪄서 포장하는 걸로 주문을 하고 방에 들어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귤 먹으라고 사장님께서 내어 주셨다.
아까 펄떡 펄떡한 게가 마음에 들었는지
귤 먹다가 갑자기 두분 다 벌떡 일어나서 한 마리씩 더 주문을 하신다.
삼촌들 갖다준다고.
그렇게 박달대게 3마리를 쪄서 가져왔다.
게 먹다가 집구석 기둥뿌리 뽑을 듯.
마지막으로 대게빵집에 들러
영덕대게빵 가장 작은 거 한 박스를 사고.
강구항에서 포항 죽도시장까지 30분밖에 안 걸리길래
인근 공영주차장을 네비에 찍고 찾아왔다.
평일이니깐.
한산한 강구항을 생각하며 왔는데
여긴 뭐 아수라장.
공영주차장은 진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인근 유료주차장 전부 만차
여기 수협에 두 분을 내려드리고 난 인근 골목길에 잠시 차를 대고 기다렸다.
포항을 들러서 올라가는 경로가 달라졌다.
포항 ~ 상주영천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돌아갈 때 길이 훨씬 편했다.
집에 갈 때까지 기름이 못 버틸 듯하여 주유소를 검색했다.
영덕 ~ 수원 경로에 고급유를 오피넷으로 검색했을 땐
영덕에는 단 한 군데도 없고 가장 가까운 곳이 여주였는데
포항 ~ 수원, 달라진 경로를 다시 찾으니 포항시내에 고급유가 그득했다.
올라가는 길에는 천안삼거리휴게소가 가장 가까웠다.
심지어 셀프라 더 좋다.
(주유구에 기름 안 떨구고 잔기스 안내어 선호)
집에 돌아갈 때도 화장실 때문에 오만 휴게소를 다 거쳤다.
영천 휴게소에 잠시 들러
할머니와 이모는 영천농부장터에서 특산품을 구입하고
난 꽈돌이 꽈순이에서 찹쌀도나쓰를 사 먹었다.
그리고 천안삼거리휴게소 상행에서 저녁을 먹었다.
호두과자도 사먹고
주유도 하고
저녁도 먹고.
명동칼국수 먹고 싶었는데 10분 걸린다고 여기저기 써있다.
슬슬 퇴근시간 겹칠 시간이라 마음이 급해 떡만두국을 시켰다.
근데 얘도 한 10분 걸린 것 같음 ㅋㅋ
올라오는 길에 삼촌들 집에 들러 포장해 온 대게 한마리씩 나눔하고
할머니, 이모 내려드리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올 땐 391km 달렸다.
집에 와 짐을 풀고 대게 손질을 준비했다.
게포크도 하나씩 넣어주셨더라.
마침 남편이 거래처와 저녁미팅이 있는 날이라
바로 먹을 수가 없어서 손질해서 냉동해야했다.
근데 막상 손질하려고 보니 얘 너무 무서워.
게가 너무 큰 데다 눈이랑 주둥이가 있어서...
일단 서늘한 베란다에 내놓고 오빠 올 때까지 손질 보류.
12시에 오빠가 집에 왔다.
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손질을 맡겼는데 훌륭하다.
다음날 저녁,
냉동한 대게 다리를 광파오븐에서 스팀오븐 모드로 데웠다.
with 호박야채전, 명란계란찜
살이 완전 통통하게 꽉 차서 진짜 맛있게 잘 먹었다.
오빠 늦게 퇴근해서 바로 먹지도 못 하는데 이 비싼걸 왜 사냐고...
할머니께 잔소리 엄청 했는데
미안할 정도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음. ㅠㅠ
로덴바흐 (rodenbach) 맥주 한 캔으로 입가심했다.
아직 냉동실에 게 몸통이 남아있는데
주말에 게살볶음밥 해 먹어야겠다.
삼모녀 영덕 대게여행 일기 끝.
+ 영상
힐링턴콘도 일출 기다리는 중, 바다뷰
일출
바다, 햇살
보리수식당 갈치찌개 asmr
풍물어시장, 대게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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