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이희망센터를 다니게 되었다.
계기는 작년 10월
조카랑 손 붙잡고 가는 뒷모습이 왜 그리 아련해보였는지
나중에 슬쩍 물었더니 조카라 그런지 더 예쁘다고 하더라
그렇게 몇 번 더 캐물어 남편의 본심을 확인한 순간
40살, 44살의 부부는 난임센터를 가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병원은 집 가까이 난임, 출산, 니큐, 산후조리까지 다 가진 곳이 있어 바로 정했으나 원장님 선택은 조금 어려웠다.
명성이 높을수록 빠른 길로 인도해주실 확률이 높지만
나랑 잘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알 수 없기에.
예약 잡을 때 노산 잘 봐주시는 분 추천 부탁드렸고
노산 및 고난도난임에 대표원장님과 여자원장님 한 분 추천받았다.
대표원장님은 무려 한달을 기다려야 했고
여자원장님은 며칠 뒤, 마침 회사 단체휴무인 날 가능하다 하여
시간이 금인 40대 부부는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았다.
초진 전 배란이 시작될 것 같아 배란테스트라는 걸 구입해봄
10분 뒤 어플로 찍으면 수치로 보여주니 너무 신박하고 좋구나
가임기간에는 어플 켤 때마다 아이 웃음소리를 들려준다.
수치가 하루반 피크를 찍고 뚝뚝 떨어졌다.
#2월 28일 첫 진료-초진
먼저 상담실에서 문진을 작성하고 몇 가지 답변을 했다.
마지막 생리일, 금욕시기, 출산여부 등등
우리 부부 둘 다 최근에 종합검진을 이미 했어서 필요한 검사만 받기로 했고, 갑자기 검사시간 얼마 안남았다며 등 떠밀 듯 남편 검사를 보내려하자 재촉받는 게 심리적으로 불안했는지 남편 검사는 따로 혼자 오는 걸로 상담을 마무리했다.
원장님과 간단한 문진을 하고 초음파를 봤다.
배란 흔적이 이미 있다며 다음 주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오오, 배테기가 정확했구나)
호르몬 검사는 생리 2,3일차에 보는 게 좋다하여 그 때 다시 오는 걸로 진료를 마쳤다.
* 진료비
남편 5,000원
나 32,000원
연말정산때 귀찮아질까봐 각자 카드로 결제했다.
#초진 후 2주가 채 못 되어 내 예상보다 빠르게
3월 10일 저녁부터 생리가 시작되었고
다음 날은 마침 남편 생일기념 여행을 잡아 놓은 터라
예약 못하고 아침 일찍 진료실 오픈런을 감행했다.
3월 11일 두 번째 진료-난임검사
안내데스크에 예약 못했다고 얘기해 접수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했다.
예약자들이 어느 정도 진료를 마치자 내 이름이 불렸다.
어떤 검사를 받을지 설명 듣고 나팔관 조영술 예약했다.
채혈실에서 피 뽑으니 검사는 끝이었다.
예약 없이 오픈런이었지만 수납마치고 나오니 약 1시간 가량?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 나-검사비(채혈) 120,730원
#아, 그리고 남편은 하루 전날 혼자 검사를 다녀왔다.
진실의 방이 궁금했는데 수치스럽다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
* 남편-검사비(정액+채혈) 147,830원
#뚜둥 3월 19일, 마침내 나팔관조영술 검사일
이것만큼은 안 하고 싶었는데..
시험관을 하더라도 이 검사는 필요하다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 목적 : 자궁 안에 조영제를 주입 후 x-ray 촬영하여 자궁강의 구조와 나팔관의 폐쇄 여부를 간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방사선 검사
- 검사시기 : 생리가 완전히 끝난 후 2~3일 이내
- 검사전 준비사항 : 4시간전부터 금식(물도 안됨)
출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생리대 준비
검사 20분전 도착할 것
- 검사 후 주의사항
귀가 후 약간의 복통 시에는 평소 복용하던 진통제 복용
2~3일 동안 피가 비치거나 분비물이 있을 수 있음
2~3일간 감염예방을 위해 부부관계, 질 세척, 탕 목욕, 탐폰 삼가
처방 받은 항생제(4~5일분) 복용할 것
11시 30분 첫 타임으로 예약을 잡았고
생리대를 깜빡하여 병원 앞에서 구입하고
검사 20분전 도착했다.
너무너무너무 무섭다 ㅠㅠㅠㅠㅠㅠ
어디 골방에 끌려가 양궁둥이를 까고 주사를 맞았다.
오른쪽은 항생제, 왼쪽은 진통제
약이 잘 퍼지게 궁둥이를 열심히 문지르라 해주셨다.
엉덩이 주사는 백만년만인 듯
뒤가 트인 치마를 입고 검사시간까지 기다렸다.
굴욕치마를 입고 있으니 왠지 낯빛이 어두워지는 건 기분 탓일까. 유쾌하진 않았던 시간
굴욕치마 때문에 빨리 끝내고 싶었고,
두려움에 검사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했고.
검사는 끔찍했다.
그 중 심한 고통은 10초? 정도였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10초도 이렇게 괴로운데 애는 어떻게 낳을까? 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는 일은 시작부터 참 쉽지 않네..
검사를 마치고 나서부터는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조영제가 소변에 녹아서 배출이 빨리 된다고
진료실 앞으로 거 나팔관 조영술 받고 왔다고 얘기하고 기다렸다.
주말에는 처음이었는데 이미 예약이 되어 있음에도 대기가 꽤 길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늘 내로 안부르지 싶어 남편과 소년심판 보며 기다렸다. 주말은 정말 대기가 장난없구나
마침내 진료시간
나의 경우 나팔관 양쪽 잘 뚫려있고
호르몬 검사결과 난소나이 41세
다행히 풍진, 수두 항체도 잘 형성되어 있다고.
남편의 경우
정자수 괜찮고 활동성 50%대로 좋지만
정상정자는 1%로 낮은 편
그 외 간염 항체도 잘 형성되어 있어 문제 없는 걸로.
둘 다 큰 이상은 없었고
다만 나이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다음 주에 배란일 확인하여 자연으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 나-검사비(나팔관조영술) 31,330원
나-약제비(항생제,진통제) 6,390원
남편-진료비 4,400원
+덧)
나팔관 조영술 때문에 우울해하니
남편이 기분 좋게 해준다며 보여준 깜짝 선물! 아무 날도 아닌데?
우왕, 울 오빠 최고❤
기분 좋아졌음
+덧)
양쪽 궁둥이는 어째 지금이 더 욱씬욱씬한 것 같네
엉덩이 건들면 주먹 날아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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