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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

080907_양평두물머리, 용문사관광지


토요일밤.
문득 급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어디가 좋을까..생각하다가 갑자기 결정한거라 가깝고 기분전환 할 수 있고 경치좋은 곳...
옳거니, 결정!  양평행이다.

지난 6월이었던가, 가평으로 여행중
안개 낀 새벽풍경이 일품이어서 출사지로 유명하다던 두물머리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땐 늦은 오후에 도착했던터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꽤 정신이 없었지만 경치는 끝내주더라.

그 자욱한 새벽 안개가 보고 싶었다.

          "놀러가자."
          "언제?"
          "내일"
          "그래, 몇시?"
          "8시까지 집앞으로."
          "알았어."

쏭이와의 문자. 어디냐고 물어도 안가르쳐줬겠지만 묻지도 않는다.
안개낀 두물머리를 보려면 깜깜한 새벽에 출발해야 했지만
이미 12시를 넘긴 시간이라 자신도 없었거니와 쏭이가 나온다고 할지도 미지수였다.
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주변정보를 수집하던 중 물과 꽃의 정원 "세미"을 찾았다.
오호, 사진으로 보는 세미원은 정말 예뻤다.
세미원 부지의 자체 정화능력을 감안하여 하루 2,000명만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서둘러 예약을 하고 '확인'을 누르는 순간 당일 예약은 가능하지 않는다는 메세지.
예약은 하루전까지만 받는데 이미 12시가 지난것이다.
에고고고, 30분만 일찍 알았어도 ㅠㅠ
세미원 역시 다음을 기약해야 겠다.

매주 월요일 휴관일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2월~2월]은 오후 4시까지니까 참고해야겠다.
http://www.semiwon.or.kr/

항상 여행은 다닐땐 추레한게 편하지만 사진을 보면 후회로 남는다.
일품풍경을 배경으로 한 상쾌한 내모습을 담고 싶어 안하던 아이라인,마스카라,색조,볼터치까지 마치고
옷도 이것저것 입어보고 했더니만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버렸다.

그리하야 두물머리 고고싱-

약 한시간 남짓 달리자 두물머리 초입골목까지는 도착하긴 했는데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 이미 안개는 물건너간 형편이라 밥집을 찾아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예마당"이란 식당이 있는데 단호박밥?으로 유명한가보다.
아주 시원하게 파란 하늘에 햇살까지 쨍-하니 내리쬐고 있는데다 식당앞 경치도 볼만했다.
아- 한적하니 좋다.
한적하니 좋긴한데... 어째 좀 불안하다 싶었더니..
가게 오픈까지 한시간이나 남았다. 예마당은 11시부터.
담엔 잊지 말고 꼭한번 들러야겠다.
아이쿠 담에 오면 들러봐야 할 곳만 만들어내고 있다. ㅋㅋ



          사랑은 어느날 그렇게 왔다가
          이렇게 가더이다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예마당 한켠의 팻말.
그렇게 퇴짜맞고, 언제나 우리를 반겨주는 두물머리로 다시 고고싱-



주차장에서부터 두물머리로 들어가는 산책길.
물론 끝까지 차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난 걷는게 더 좋다.



6월에 왔을 때 찍었던 두물머리 표지판.
두물머리 두물머리 두물머리...
역시 우리말은 들을수록 정감가고 예쁘다. 쉽고. 말 그대로 두 물줄기가 머리를 맞댄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



여기쯤 쪽배가 있어야하는데 없어졌다.
어디로 갔을까?
장식용인줄 알았더니 가끔씩 타기도 하나보다.
쪽배가 있는 사진은 지난 6월, 갈라진 나무기둥사이로.

10시면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한적하고 조용해서 넘 좋다 ^^
일요일이라 내심 걱정해서 서둘렀는데.
근데 이날 아침부터 햇살작렬!




으하하하, 우리가 왔도다-



'양수리로 오시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 돛단배 또한 두물머리하면 생각나는 상징.



단아한 자태로 꿋꿋히 혼자 피어있는 연꽃.



6월엔 손바닥만한 연잎들이 오밀조밀 귀엽게 연못에 둥둥 떠있었는데,
100일사이에 훌쩍컸다.
잎은 내 얼굴의 4배쯤? 키도 나보다 더 크니 산책길 따라 걷다가 문득문득 무섭기도 했다.

맞은편 여유로운 커플, 왠지 부러운데.



산책길따라 핀 코스모스, 그리고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
팔랑팔랑 엄청 많았던 화려한 나비.
찌릿하게 눈싸움중인 태극잠자리.

산책을 하던 중 눈이 띈 연잎떡볶??
떡볶이킬러인 내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특이하게 연꽃, 연잎, 연자를 함께 넣어 만든 떡.
한접시에 4천원이면 비싸긴 했는데 쫄깃쫄깃, 좋은 경치 앞에두고 먹느라 사진은 없는 것이다. ㅋㅋㅋ



산책길을 따라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식당이 있다.
지난 번엔 냉면과 비빔밥을 먹었었는데.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일까. 새끼고양이.
너무 귀여워서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노는데 정신팔려있었다.
얘는 좀 귀찮아하는 듯했지만. ㅋㅋ



고양이랑 놀기.
얘네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요리조리 움직이는게 있으면 폴짝폴짝- 하는게 너무 귀엽다. 크크크
아, 깨물어주고 싶어 >_<

다산문화재, 이항로선생생가, 계곡, 용문사, 민물고기생태학습관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세미나교육원에서 가까운 용문사당첨!

절이니까 고즈넉한 산사를 떠올렸는데 초입에서 주차비 3,000을 내고 들어서니 주차장이 어마어마하다.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들이 이글이글 태양야래 일광욕중이다.
곧 내 차도 터질듯이 뜨겁겠지. 늦더위가 더 무섭다.
놀 시간이 별로 없는데 엄청 커보이는 관광단지에 괜히 돈내고 들어서나 싶어 갈만한데가 뭐가 있냐고 묻는다.
용문사에 올라가면 천년된 은행나무가 있고 계곡과 놀이기구 등등이 있단다.
은행나무가 천년이건 말건간에 사방에 널린게 은행나무인데 그게 볼거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왔으니 들어가보자.
올라가는 길의 오른쪽은 파전, 감자전, 막걸리 등등 군침돈다.
그렇게 거슬러올라가 드디어 관광단지 입구에 도착했는데, 이건 뭐지?
주차료가 입장료포함 아니었나?
입장료가 또 1,800원. 또 고민한다. 들어가? 말아?

코스에 따라 1시간 30분짜리에서 길면 7시간짜리의 4가지 등산코스가 있다.
첨엔 절이 꼭대기에 있는 줄 알고 구두에 무리다, 라는 생각에 관광단지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괜히 주차료만 날렸네- 싶다가
다시 지도를 보니 20분 거리다. 할만하다.

          "두 장이요!"



입장권과 관광지 안내팜플렛.



으하하하, 사자상 귀에 달린 수도꼭지.
웃겨서 찍었는데 아무리 조각상이라도 불쌍해보인다.





군데군데 좋은 말씀들.





절과는 어울리지 않는 바이킹.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가족단위로 와서 산공기 마시며 가볍게 절까지 산책하고
산책길 옆 계곡에서 발 담그다가 아이들하고 놀이공원에서 놀면 딱! 일듯 싶다.



계곡의 분수, 다리, 산책길.



20분정도 걸어 이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용문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고작 20분 걸어놓고 우리 둘다 헉헉-
저질체력.



아무리 천년이라지만 은행나무가...하면서 얕봤었는데 그 크기와 위압감에 압도당했다.
코웃음쳐놓고 막상 와서 보니 괜히 천년이 아니구나 싶은게
10여분넘도록 입을 떡 벌린채 발길을 쉬이 뗄 수가 없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이처럼 성장한 것이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두번째 설이 더 마음에 드는데 ㅋㅋㅋㅋ

조선 세종 때 정3품 당상직첩을 하사 받았다는데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왜 옛날에는 나무에 벼슬을 하사하였을까.
"나무에 벼슬을 하사하는 이유"라는 검색어로는 절대 이유가 안나오네. 나 컴맹이야? ㅋㅋ
나중에라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무튼 계속하면 수령이 약 1100년, 높이 40m, 줄기둘레 11로 동양의 유실수로는 가장 오래되고 크며
고종이 승하하셨을 때 큰 가지가 부러지는 등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미리 알려주는 영험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폰카로 용문사지도를 찍는데 겁도 없이 잠자리 한녀석이 눈알을 떼록떼록 굴리며 살포시 앉는다.
고놈 참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온 녀석일세. 배짱한번 두둑해.
우결에선 현중군 으로 등장하던데 ㅋㅋㅋ



땀이 송골솔골 배어나오는 더운 날씨.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느껴질듯 말듯 다가오는 바람.
땀을 식혀주진 못하지만 감질맛나는 시원함을 전해주는
딱! 그 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울리는 처마밑 종소리.
         
           "딸랑딸랑-"

그 소리가 참 좋다.

짧은 용문산 나들이를 마치고 ..

그냥 가기 아쉬워서 근처 자연휴양림 아래 계곡에 뛰어들어가 발을 담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
처음엔 시리도록 발이 얼것 같더니 곧 적응이 되었다.
작은 송사리(난 계곡에 있는 모든 물고기는 송사리..ㅋㅋ)들 잡겠다고 퐁당퐁당대고
가재랑 고동 잡겠다고 퐁당퐁당대고

굳이 물장난을 칠 마음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판이 커져서
속옷까지 쫄딱- 젖은상태로 퀘퀘하게 돌아오게 되었다.
이런게 재미 아니겠는가. ㅋㅋ

올해만 쫄딱 젖은 상태로 집에 돌아온 게 벌써 몇번인데..
내년엔 여름오기전에 반드시 가죽시트로 교체해야지 싶다.

이렇게 계획없이 무작정 떠난 나들이 끝.

여행은 한없이 들뜨게 만든다. ^^